성일광 유로메나연구소 연구교수
15년 집권한 최장수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가 정치생명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최근 치러진 4번의 총선에서 3번이나 가장 많은 수의 의석을 확보했지만 유일하게 3번째 선거에서 겨우 연정에 성공했다. 그것도 잠시, 6개월 만에 연정이 붕괴되고 이제 벼랑 끝에 서 있기 때문이다.
현재 반네타냐후 연대(또는 변화연대)는 연정에 필요한 최소 의석 수 61석을 확보해 연정 구성 9부 능선을 넘었다. 유창한 영어, 뛰어난 언변, 미디어의 귀재, 동물적인 정치 감각, 정치인이 갖춰야 할 거의 모든 자질을 고루 갖춘 네타냐후가 최장수 집권 총리가 된 것은 어찌 보면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네타냐후의 마법이 왜 통하지 않는 걸까?
먼저 네타냐후 주변의 정치적 동지들이 하나둘씩 그를 떠났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유는 다양하다. 소외되거나, 고립되고, 굴욕을 당한 후 실망한 끝에 떠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모두 정적으로 변모했다.
예컨대 네타냐후가 속한 리쿠드(Likud)당에서 탈당해 ‘새 희망(New Hope)’당을 세운 기드온 사아르(Gideon Sa’ar)는 1999년 네타냐후의 내각 비서로 그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네타냐후는 사아르의 인기가 오르자 굴욕감을 주고 고립시켰다.
이에 사아르는 한때 정계를 떠났다. 2019년 다시 복귀했지만, 철저히 배제돼 장관직을 얻지 못했다. 결국 2020년 연말 사아르는 리쿠드를 떠나 새 희망당을 세웠다. 같은 이유로 리쿠드당 중진 의원 제브 엘킨(Ze’ev Elkin)이 사아르와 함께 탈당했다. 
전통적인 우파 성향 이스라엘 베이테누(Yisrael Beiteinu)당을 이끄는 아비그도르 리베르만(Avigdor Liberman) 역시 네타냐후 총리실 비서실장으로 인연을 맺었다. 2019년 4월 총선 후 우파연합은 65석을 확보해 연립정부 구성에 성공하는 듯했다. 그러나 리베르만이 갑자기 네타냐후 연정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바람에 결국 네타냐후는 연정 구성에 실패했다.
네타냐후는 이 선거에서 또 큰 실수를 범하고 만다. 납탈리 베네트(Naftali Bennett)와 아옐레트 샤케드(Ayelet Shaked) 가 만든 ‘새 우파(New Right)’당을 공격하고 무력화시켜 리쿠드가 우파 유권자의 표를 독식하도록 했다. 결국, 새 우파는 1석도 확보하지 못했다.
만약 새 우파 정당이 몇 석이라도 얻도록 도왔다면, 네타냐후는 2019년 9월 선거에서 7석을 확보한 베네트와 순조롭게 연정을 구성할 수 있었을 것이다. 2020년 3월 총선에서 네타냐후는 청백(Blue and White)당의 베니 간츠(Benny Gantz)와 연대하면서 연립정부 구성에 성공했다.
연정의 핵심은 2021년 11월 간츠가 총리직을 이어받는 것이었지만 네타냐후는 정부 구성이후 간츠를 무시하고 소외시키며 총리직을 넘겨주지 않고 조기 총선으로 가려는 속셈을 드러냈다.
지난 해 이스라엘과 UAE, 바레인 간 아브라함협정(Abraham Accords)이 체결됐지만, 정작 간츠는 진행 과정에서 완전히 배제됐다. 결국 지난해 12월 의회는 해산되고 올해 3월 총선을 다시 치렀다. 간츠와 총리직을 번갈아 수행한다는 합의를 헌신짝 버리듯 던져버리면서 네타냐후는 정치적 합의를 지키지 않는 신뢰할 수 없는 정치인으로 낙인찍혔다.
아무도 네타냐후의 말을 믿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번 연정 실패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네타냐후는 베네트, 사아르, 간츠 모두에게 총리직을 번갈아 수행할 뿐만 아니라 세 명 모두에게 먼저 총리직을 수행할 것을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세 사람 모두 더 이상 네타냐후의 약속을 믿지 않았다.
게다가 네타냐후는 도덕 불감증에 걸려있다. 호주인 백만장자 제임스 파커 (James Packer)와 이스라엘 출신 백만장자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 아르논 밀천(Arnon Milchan)으로부터 무려 3억 3000만 달러 상당의 향응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또한 이스라엘 언론사 예디옷 아흐로노트(Yedioth Ahronoth) 사장과 왈라(Walla) 온라인 뉴스 대표에게 유리한 기사 작성을 청탁하고, 그 대가로 사업 이권을 봐주겠다는 밀약을 맺어 배임과 뇌물수수 혐의도 받고 있다. 문제는 정치계에 입문한 후 언론의 끊임없는 마녀사냥에 시달리고 있을 뿐이라며 네타냐후가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네타냐후의 정치생명이 이번 실각으로 끝날지는 알 수 없다. 겨우 61석을 확보한 반비비 연립정부가 조기에 붕괴한다면, 네타냐후의 귀환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가장 성공한 이스라엘 정치인의 권위에 금이 가고, 권모술수가 통하지 않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정치학자 데이비드 이스턴(David Easton)은 정치란 무릇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이스턴의 정의를 따르면 권위가 떨어진 정치인 네타냐후의 장래는 그리 밝지 않다.
네타냐후의 최대 강적은 야미나(Yamina)당의 납탈리베네트와 예쉬 아티드(Yesh Atid)당의 야이르 라피드(Yair Lapid)가 아니다. 경제와 외교에는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었지만, 정치적 동지애, 정의와 신뢰에는 취약함을 드러낸 바로 네타냐후 자신이다.
네타냐후는 지금 자신과 벌이는 힘겨운 싸움에서 궁지에 몰려있고, 전세를 바꾸지 못한다면 쓰디쓴 패배를 맛볼 것이다. 실패가 바로 코 앞에 있다.
베하쯜라하 비비! (행운을 빕니다, 네타냐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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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칼람(Kalam) 1호. 2021년 6월 7일 월요일
(칼람은 아랍어로 말을 뜻합니다.)
네타냐후 對 네타냐후
성일광 유로메나연구소 연구교수
중동산업협력포럼 -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성일광 유로메나연구소 연구교수
15년 집권한 최장수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가 정치생명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최근 치러진 4번의 총선에서 3번이나 가장 많은 수의 의석을 확보했지만 유일하게 3번째 선거에서 겨우 연정에 성공했다. 그것도 잠시, 6개월 만에 연정이 붕괴되고 이제 벼랑 끝에 서 있기 때문이다.
현재 반네타냐후 연대(또는 변화연대)는 연정에 필요한 최소 의석 수 61석을 확보해 연정 구성 9부 능선을 넘었다. 유창한 영어, 뛰어난 언변, 미디어의 귀재, 동물적인 정치 감각, 정치인이 갖춰야 할 거의 모든 자질을 고루 갖춘 네타냐후가 최장수 집권 총리가 된 것은 어찌 보면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네타냐후의 마법이 왜 통하지 않는 걸까?
먼저 네타냐후 주변의 정치적 동지들이 하나둘씩 그를 떠났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유는 다양하다. 소외되거나, 고립되고, 굴욕을 당한 후 실망한 끝에 떠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모두 정적으로 변모했다.
예컨대 네타냐후가 속한 리쿠드(Likud)당에서 탈당해 ‘새 희망(New Hope)’당을 세운 기드온 사아르(Gideon Sa’ar)는 1999년 네타냐후의 내각 비서로 그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네타냐후는 사아르의 인기가 오르자 굴욕감을 주고 고립시켰다.
이에 사아르는 한때 정계를 떠났다. 2019년 다시 복귀했지만, 철저히 배제돼 장관직을 얻지 못했다. 결국 2020년 연말 사아르는 리쿠드를 떠나 새 희망당을 세웠다. 같은 이유로 리쿠드당 중진 의원 제브 엘킨(Ze’ev Elkin)이 사아르와 함께 탈당했다.
전통적인 우파 성향 이스라엘 베이테누(Yisrael Beiteinu)당을 이끄는 아비그도르 리베르만(Avigdor Liberman) 역시 네타냐후 총리실 비서실장으로 인연을 맺었다. 2019년 4월 총선 후 우파연합은 65석을 확보해 연립정부 구성에 성공하는 듯했다. 그러나 리베르만이 갑자기 네타냐후 연정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바람에 결국 네타냐후는 연정 구성에 실패했다.
네타냐후는 이 선거에서 또 큰 실수를 범하고 만다. 납탈리 베네트(Naftali Bennett)와 아옐레트 샤케드(Ayelet Shaked) 가 만든 ‘새 우파(New Right)’당을 공격하고 무력화시켜 리쿠드가 우파 유권자의 표를 독식하도록 했다. 결국, 새 우파는 1석도 확보하지 못했다.
만약 새 우파 정당이 몇 석이라도 얻도록 도왔다면, 네타냐후는 2019년 9월 선거에서 7석을 확보한 베네트와 순조롭게 연정을 구성할 수 있었을 것이다. 2020년 3월 총선에서 네타냐후는 청백(Blue and White)당의 베니 간츠(Benny Gantz)와 연대하면서 연립정부 구성에 성공했다.
연정의 핵심은 2021년 11월 간츠가 총리직을 이어받는 것이었지만 네타냐후는 정부 구성이후 간츠를 무시하고 소외시키며 총리직을 넘겨주지 않고 조기 총선으로 가려는 속셈을 드러냈다.
지난 해 이스라엘과 UAE, 바레인 간 아브라함협정(Abraham Accords)이 체결됐지만, 정작 간츠는 진행 과정에서 완전히 배제됐다. 결국 지난해 12월 의회는 해산되고 올해 3월 총선을 다시 치렀다. 간츠와 총리직을 번갈아 수행한다는 합의를 헌신짝 버리듯 던져버리면서 네타냐후는 정치적 합의를 지키지 않는 신뢰할 수 없는 정치인으로 낙인찍혔다.
아무도 네타냐후의 말을 믿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번 연정 실패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네타냐후는 베네트, 사아르, 간츠 모두에게 총리직을 번갈아 수행할 뿐만 아니라 세 명 모두에게 먼저 총리직을 수행할 것을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세 사람 모두 더 이상 네타냐후의 약속을 믿지 않았다.
게다가 네타냐후는 도덕 불감증에 걸려있다. 호주인 백만장자 제임스 파커 (James Packer)와 이스라엘 출신 백만장자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 아르논 밀천(Arnon Milchan)으로부터 무려 3억 3000만 달러 상당의 향응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또한 이스라엘 언론사 예디옷 아흐로노트(Yedioth Ahronoth) 사장과 왈라(Walla) 온라인 뉴스 대표에게 유리한 기사 작성을 청탁하고, 그 대가로 사업 이권을 봐주겠다는 밀약을 맺어 배임과 뇌물수수 혐의도 받고 있다. 문제는 정치계에 입문한 후 언론의 끊임없는 마녀사냥에 시달리고 있을 뿐이라며 네타냐후가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네타냐후의 정치생명이 이번 실각으로 끝날지는 알 수 없다. 겨우 61석을 확보한 반비비 연립정부가 조기에 붕괴한다면, 네타냐후의 귀환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가장 성공한 이스라엘 정치인의 권위에 금이 가고, 권모술수가 통하지 않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정치학자 데이비드 이스턴(David Easton)은 정치란 무릇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이스턴의 정의를 따르면 권위가 떨어진 정치인 네타냐후의 장래는 그리 밝지 않다.
네타냐후의 최대 강적은 야미나(Yamina)당의 납탈리베네트와 예쉬 아티드(Yesh Atid)당의 야이르 라피드(Yair Lapid)가 아니다. 경제와 외교에는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었지만, 정치적 동지애, 정의와 신뢰에는 취약함을 드러낸 바로 네타냐후 자신이다.
네타냐후는 지금 자신과 벌이는 힘겨운 싸움에서 궁지에 몰려있고, 전세를 바꾸지 못한다면 쓰디쓴 패배를 맛볼 것이다. 실패가 바로 코 앞에 있다.
베하쯜라하 비비! (행운을 빕니다, 네타냐후!)
편집자주: 비비는 네타냐후의 애칭